웨스앤더슨감독의『문라이즈킹덤(MoonriseKingdom,2012)』은1965년뉴잉글랜드의한외딴섬을배경으로두아이의사랑과도피를그려낸감성어드벤처영화이다.어른들의무관심과규칙에갇혀있던소년샘과소녀수지는서로에게서위안을찾고,세상으로부터도망쳐자신들만의왕국을만들려한다.감독특유의정밀한미장센과대칭적연출,파스텔톤의색채속에서전개되는이이야기는표면적으로는유쾌하고엉뚱하지만,그속에는외로움과성장,자유에대한깊은통찰이담겨있다.『문라이즈킹덤』은아이들의감정이단순하거나가볍지않으며,그들만의논리와절실함이진심으로존중받아야한다는메시지를전하는동화같은영화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진짜감정의 도피
샘은고아로보이스카우트대원이며,적응장애를가졌다는이유로주변으로부터외면당해왔다.수지는가정내에서감정적으로소외받는소녀로,늘쌍안경을쓰고세상을멀리서바라보며자신만의세계에갇혀있다.두사람은우연히교회에서만나편지를주고받으며교감을쌓아가고,결국함께도망치기로결심한다.이들의도피는단순한반항이아니라,서로를진심으로이해해주는유일한존재로느꼈기때문이다.그들은섬의한구석에서자신들만의공간을만들고,이름까지붙이며작은자유를경험한다.감독은이들의감정을어리다고무시하지않고,오히려가장진심어린사랑의형태로그려낸다.샘이수지를위해요리를하고,수지는샘에게자신의취향과생각을말하며둘은서로를조금씩더알아간다.이도피는잠시지만,그속에서그들은처음으로존중받고자율적인존재로살아보는경험을한다.그들의사랑은엉뚱하면서도간절하고진실되다.
아이들을 쫓는 어른들, 그속에서 드러나는 불완전한 세계
샘과수지가사라진후섬전체는비상이걸리고,보이스카우트대장워드,경찰서장샤프,수지의부모가이들을찾기위해나선다.어른들은이상하게굴며사랑을말하는아이들을비정상으로취급하고,샘을보호시설로보내려하거나수지를엄격히통제하려한다.하지만그들의모습도결코완벽하지않다.워드는리더십에불안함을느끼고,샤프는고독한이혼남이며,수지의어머니는불륜을저지르고있다.감독은이과정을통해어른들이정작자신의삶도제대로살지못하면서아이들을이해하지못하고통제하려는모순을비판적으로조명한다.샘과수지의사랑은과장되거나낭만화되지않지만,그들의감정은어른들보다더순수하고명확하게그려진다.영화는어른들의불안과불완전함속에서도아이들이얼마나자기만의방식으로세상과맞서고있는지를보여주며,그감정이하찮지않음을강조한다.아이들은어른들이잃어버린진심과용기를가지고있다.
폭풍과 함께찾아 온 성장의 통과의례
영화의후반부,섬에폭풍이몰아치고샘과수지는결국어른들에게붙잡히지만,이과정에서샘의운명은크게변하게된다.보호시설로보내질위기에처한그를구한것은보이스카우트동료들과샤프서장이다.특히샤프는샘을법적으로입양하겠다고나서며,그를지켜주려한다.이장면은샘의외로움이처음으로해소되는순간이며,그에게도누군가자신을필요로하고있다는사실을깨닫게한다.수지역시가정과학교로돌아가지만,이도피경험은그녀에게자기표현의방법을열어준다.영화는폭풍이라는외부적혼란을통해인물들의내면변화를촉진시키며,그과정에서아이들과어른모두가조금씩성장하는모습을보여준다.도피가끝났다고모든문제가해결된것은아니지만,그들의세상은분명달라졌다.감독은환상과현실,유머와진지함을절묘하게섞으며,관객에게이동화같은이야기를진심어린성장의기록으로완성시켜보여준다.
결론 : 어른이 되지 않아도 감정은 진짜다
『문라이즈킹덤』은아이들의사랑과도피를통해어른들의시선을뒤집고,감정의진정성에대한질문을던지는작품이다.샘과수지는아직세상을잘모르는아이들이지만,그들이서로에게보이는신뢰와헌신은어른들의관계보다더단단해보이기도한다.감독은아이들의감정을순진하다거나철없다고규정하지않고,오히려그감정속에서가장순수한사랑의형태를찾아낸다.이영화는누구나한번쯤꿈꿔본도피와자유,그리고그속에서경험하는성장의통증을유쾌하게그러면서도진지하게그려낸다.결국이야기는되돌아오지만,아이들과어른들모두조금은변해있고,그변화는작지만중요하다.『문라이즈킹덤』은동화처럼보이지만,그속엔현실보다더현실적인감정과삶의모습이담겨있다.사랑이란나이와경험을초월해존재할수있으며,그감정이진심이라면누구에게나의미있는기억이된다는사실을이영화는조용히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