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알랭 코르노 감독의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단순한 음악 영화라기보다는 인간 존재와 예술의 본질에 대해 묻는 철학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바로크 시대 프랑스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마랭 마레와 그의 스승 생트 콜롱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화려한 음악적 기교보다도 예술가의 고통과 고독, 그리고 진정한 음악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 영화는 음악이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가장 내밀한 언어임을 보여준다. 특히 생트 콜롱브의 인생은 예술가가 세속의 명예와 성공을 거부하고 오직 음악에 헌신하는 고결한 태도를 드러내며, 관객에게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또한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기욤 드파르디외 부자의 연기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감정을 배가시킨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주제는 삶의 덧없음과 동시에 예술이 남기는 영원의 흔적을 일깨우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를 안겨준다.
생트 콜롱브의 고독과 예술적 신념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은 생트 콜롱브라는 인물의 내적 고독에서 출발한다. 그는 왕실 음악가가 되어 명성과 부를 얻을 기회를 거절하고, 외딴 집에서 오직 비올라 다 감바와 함께하며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그의 선택은 세속적 성공을 거부하는 예술가의 태도를 상징한다. 생트 콜롱브에게 음악은 단순한 연주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고통을 견뎌내는 언어다.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 삶의 의욕을 잃고, 음악을 통해서만 그녀와 다시 연결되려 한다. 영화 속에서 그의 연주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죽은 이와 대화하려는 시도로 묘사된다. 이는 음악이 단순한 즐거움이나 오락을 넘어선, 존재의 본질에 닿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그의 고집과 고독은 때로는 냉혹하게 보이지만, 결국 예술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는 오늘날 상업성과 타협하지 않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생트 콜롱브의 삶은 화려함은 없지만, 그 자체로 숭고한 존엄을 지닌다.
제자 마랭 마레와 스승의 대비
생트 콜롱브의 제자 마랭 마레는 그의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다. 마레는 스승의 음악에 매료되었지만, 동시에 세속의 성공과 인정을 갈망한다. 그는 결국 왕실로 들어가 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게 되지만,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생트 콜롱브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예술의 두 가지 길을 대비시킨다. 하나는 세속적 성공과 명예를 좇는 길, 다른 하나는 고독 속에서 오직 음악에 헌신하는 길이다. 마레는 세상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내적으로는 늘 결핍과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반면 콜롱브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그의 음악은 세속을 넘어 영원의 차원으로 남는다. 이 대비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의 가치는 외부의 인정에서 오는가, 아니면 내적 진실성에서 비롯되는가? 영화는 마레가 늙어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스승의 진가를 깨닫는 장면을 통해, 결국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직면하는 용기에서 비롯됨을 강조한다. 두 인물의 대비는 단순한 캐릭터의 차이를 넘어, 인간의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음악이 전하는 삶과 죽음의 철학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이야기의 본질을 이끄는 주체다. 비올라 다 감바의 음색은 인물들의 감정과 삶의 궤적을 대변하며, 대사보다 더 깊은 진실을 전한다. 생트 콜롱브가 홀로 연주할 때, 그의 음악은 죽은 아내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음악이 인간 존재를 초월하여 죽음과 삶을 잇는 다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아침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음악은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힘을 지닌다. 마랭 마레의 화려한 연주는 관객을 즐겁게 하지만, 콜롱브의 음악은 고통과 상실, 그리고 존재의 덧없음을 체험하게 한다. 이는 음악이 단순한 미학적 쾌락을 넘어 인간이 가장 깊이 느끼는 고독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음악이야말로 인간이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덧없는 시간을 영원으로 승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언어임을 드러낸다. 특히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삶의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철학을 담아낸다.
결론 : 예술이 남기는 영원한 울림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단순한 음악 영화도, 단순한 예술가의 전기 영화도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고독과 예술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명작이다.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레의 대비는 단순히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예술가가 세상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보여준다. 하나는 성공과 인정을 좇는 길, 다른 하나는 고독 속에서 오직 진실만을 좇는 길이다. 영화는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남는 것은 내적 진실성에서 비롯된 예술임을 보여준다. 생트 콜롱브의 음악은 그의 고독과 고통을 담았기에, 영원의 차원으로 관객의 마음에 남는다. 이 영화가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히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와 죽음을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을 맞이하지만, 그 아침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예술은 덧없는 삶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이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관객에게 전하며, 시대와 문화를 넘어 여전히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