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해결 연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 특유의 치밀하고 냉철한 연출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집착, 진실 추구,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영화는 신문사 만평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기자 폴 에이버리, 그리고 형사 데이브 토시가 조디악 킬러를 추적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끝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끝난 실제 사건의 허무함과 긴장감을 충실히 재현한다. 특히 살인마가 신문사에 보낸 암호문과 편지, 언론과 대중을 농락하는 기묘한 방식은 범죄를 단순한 살인이 아닌 사회적 공포와 심리전으로 끌어올린다. 이 영화는 ‘미궁에 빠진 사건’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삶과 정신에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궁 속 범죄와 조디악의 실체
조디악 살인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미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범인은 살인을 저지른 뒤 신문사와 경찰에 편지를 보내며 자신을 ‘조디악’이라 칭했고, 독특한 기호와 암호문을 이용해 대중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했다. 영화는 이 살인마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사건의 모호성과 혼란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제로 조디악은 다양한 용의자가 거론되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부족해 법적으로 특정되지 못했다. 핀처 감독은 이런 불확실성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며, 공포가 단지 범죄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미제 사건이 주는 모호함과 불완전함에서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조디악의 존재는 물리적 인물이라기보다, 사건을 접한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불안과 의심을 심어놓는 상징적 존재로 자리한다. 이 점이 <조디악>을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심리적 공포극으로 승화시킨다.

집착과 추적, 인간의 어두운 본능
<조디악>의 또 다른 주제는 ‘집착’이다.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와 형사, 그리고 만화가였던 로버트 그레이스미스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이 범인을 추적하며 점점 사건에 사로잡혀 간다. 그들은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 끝없는 자료 조사, 증언 확인, 암호 해독에 몰두하지만 사건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진실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집어삼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로버트는 결국 기자라는 본업을 넘어 탐정처럼 행동하며 가족과 일상마저 잃어버린다. 집착은 그를 점점 고립시키지만, 동시에 ‘조디악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인간 본능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핀처 감독은 이러한 집착을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진실을 향한 욕망과 불안한 인간 심리의 복합적 결과물로 그려낸다. 관객은 점차 인물들의 집착에 동화되며, 사건의 해답을 갈망하게 된다.
데이비드 핀처의 연출과 영화적 긴장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세븐>과 <파이트 클럽>에서 보여준 차갑고 정교한 스타일을 <조디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영화는 범죄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대신 사건의 흐름과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쌓아 올리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특히 실제 사건 기록과 신문 기사, 경찰 보고서를 충실히 반영하여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을 준다. 또 핀처 특유의 어두운 색감과 차갑게 처리된 화면은 사건의 미궁적 성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중요한 장면에서 카메라는 흔들림 없는 시선을 유지하며 관객을 목격자로 만들고, 범인의 실체가 드러날 듯 말 듯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음악 또한 과도한 감정 이입을 배제하고 절제된 톤으로 공포를 배가한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영화는 범죄 스릴러임에도 단순한 자극이나 해답 제시에 그치지 않고, 끝내 해소되지 않는 불안과 긴장 자체를 관객의 체험으로 남긴다.
결론 - 미해결 사건이 남긴 끝없는 물음
<조디악>은 단순히 범죄자의 정체를 밝히려는 추리극이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끝내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관객에게 질문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이는 실제 사건의 성격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자, 진실을 끝내 알 수 없다는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로버트와 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집착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진실을 향한 인간 본능과 정의에 대한 열망을 대변한다. 조디악이라는 살인마는 단순히 한 사람의 범죄자가 아니라, 공포와 불확실성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결국 이 영화는 범죄의 실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인간 사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핀처 감독은 관객에게 명쾌한 답을 주지 않지만, 대신 끝내 풀리지 않는 사건의 공포와 집착이야말로 진정한 ‘조디악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체험하게 만든다. 따라서 <조디악>은 미해결 사건의 본질과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모를 탐구한, 깊이 있는 범죄 영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