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베이커감독의『플로리다프로젝트(TheFloridaProject,2017)』는플로리다디즈니월드인근저소득층모텔에서살고있는6세소녀무니와그어머니헤일리의일상을아이의시선으로담아낸작품이다.화창한하늘과선명한색감,유쾌한아이들의모험속에숨겨진사회적빈곤과불안정한삶의현실은관객에게묵직한여운을전한다.영화는무니의시선으로세상을재구성함으로써,어른들의불완전하고위태로운삶이아이에겐하나의놀이처럼비쳐질수있음을보여준다.『플로리다프로젝트』는눈부신햇살아래펼쳐지는가난한가족의삶을가장리얼하고시적인방식으로그려낸동시대가장중요한사회극중하나다.
무니의 세상, 놀이로 포장된 현실의 균열
무니는헤일리와함께매직캐슬모텔이라는보라색건물에서살고있다.그녀의하루는친구들과함께폐건물탐험을하거나아이스크림을사먹는작은모험들로가득하다.겉보기엔평범한아이의방학처럼보이지만,그이면에는지속적인체납,폭력적인이웃,일관성없는생활환경이존재한다.무니는이모든현실을모르거나모르는척하며자신만의세계에몰입한다.이러한시선의전환은영화의핵심이다.카메라는철저히아이의눈높이에서풍경을담고,거대한디즈니월드를바라보면서도그세계에들어가지못하는현실을의식하게한다.감독은현실을피하지않되과장하지않고,아이들의해맑은에너지를통해슬픔을한겹덮은채관객에게전달한다.무니의웃음은그자체로가슴아프며,놀이속현실의불안이조용히흘러나온다.이균열은점차커지고,아이의시선속에도그슬픔은어느순간감지되기시작한다.
헤일리의 불안정한 삶, 사랑과 한계의 경계에서
헤일리는무니를정말사랑하지만,그사랑을건강하게지켜낼능력과자원이부족하다.그녀는문신시술,향수판매,성매매까지도불사하며생계를유지하고자하지만,사회적지지망이나제도적보호는전혀주어지지않는다.헤일리는자존심강하고직선적인성격으로,도움을거부하며세상과싸우려한다.그결과그녀는더욱고립되고,무니역시점점위험한상황에노출된다.영화는헤일리를비난하지않는다.오히려그녀의감정과선택에깊이공감하며,한계속에서도아이를지키고자하는노력을조용히조명한다.그녀는완벽한엄마는아니지만,절망적인상황에서도딸을웃게하려하고,그속에서자신이줄수있는모든것을쏟아붓는다.하지만그사랑만으로아이를지킬수없는현실은영화가관객에게던지는가장비극적인질문이다.무니는엄마를사랑하지만,그녀를지켜줄수없는사회는끝내개입하고만다.영화는이과정을통해사랑과한계,개인과구조사이의간극을명확하게드러낸다.
밥이의 존재, 작은연결이 주는 위안과 현실의 충격
모텔관리자인밥이는헤일리와무니의일상을지켜보는유일한어른이자중립적인존재이다.그는규칙을지키면서도사람들의사정을외면하지않고,특히아이들에게는따뜻한시선을보낸다.밥이는무니에게엄하게굴지만,위험에서지켜주고,그녀의순수함을누구보다도잘이해한다.그의존재는영화속작은희망이며,현실적인보호자의부재를보완하는인물이다.하지만그도한계가있고,결정적인순간에무니를완전히지켜주지못한다.결국아동보호서비스가개입하면서무니는엄마와떨어지게되고,이장면은영화내내누적되어온불안이폭발하는순간이다.무니는울음을터뜨리고,친구에게도작별을고하지못한채세상을마주한다.그러나마지막장면에서무니는디즈니월드로뛰어간다.이환상적인도주는카메라의스타일까지바뀌며,현실을잠시탈피한아이의상상력으로마무리된다.이장면은영화전체의잔혹한현실을환상의기억으로덮으려는마지막저항처럼보인다.
결론 : 가난은 풍경이 아니라 아이의 삶이다
『플로리다프로젝트』는빈곤을관찰하거나분석하지않고,그속에서살고있는사람들의감정과일상을그려낸다.아이의시선을빌려진짜어른들의세계를비추는이영화는,가난이단순한배경이아닌삶의전부임을차분히전한다.무니는매일을놀이처럼보내지만,그속엔언제무너질지모르는불안정한현실이도사리고있고,그현실은결국아이의삶에깊은상처를남긴다.영화는어떠한해답도제시하지않고,그저그들의존재를정직하게비춘다.카메라는가난한엄마를비판하지않고,사회의무관심을소리없이지적하며,무니의행복이결코영원할수없다는사실을조심스럽게암시한다.『플로리다프로젝트』는동화같은색채와구도로시작하지만,결국은사회적현실과감정의진실을온전히마주하게한다.마지막장면의무니는도망치듯달려가지만,그속엔엄마와함께하지못한눈물과,세상이아이에게준상처가고스란히담겨있다.이작품은지금여기에도존재하는현실이며,모든사회의경계에선사람들에게보내는작은연민의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