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관계의 상처를 비추는 왕가위식 감성
『해피 투게더(1997)』는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작품 중 가장 감정적으로 날 것이며, 동시에 가장 고독한 영화다. 홍콩 반환을 앞둔 혼란한 시기의 정체성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이국적 공간 속에서, 사랑과 파괴, 이별과 집착이 반복되는 두 남자의 관계는 명확한 해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계라는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파고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의 소모'를 낯설지 않게 그려낸다. 장국영과 양조위의 섬세한 연기, 크리스토퍼 도일의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음악은 왕가위 특유의 스타일을 극대화시키며 감정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다. 『해피 투게더』는 단순한 퀴어 영화도, 로맨스 영화도 아니다. 그것은 시대, 장소, 성별을 초월한 ‘사람과 사람..
2025.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