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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메탈> 소리의 상실이 전하는 삶의 진실 다리우스 마더 감독의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2019)』은 소리를 잃어가는 드러머의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과 수용,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청각 상실이라는 물리적 변화는 단순한 장애의 문제가 아닌, 주인공 루벤의 존재 전체를 뒤흔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루벤은 처음엔 소리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름’과 ‘고요함’을 새로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성장 드라마나 장애극복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새롭게 얻는가’를 치열하게 묻는다. 리즈 아흐메드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실제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배우들의 리얼리즘은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사운드 디자인은 관객에게 청각 상실의 감각을.. 2025. 7.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색과 구도의 미학이 완성한 영화적 회화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14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은 이야기보다는 형식과 스타일, 특히 미장센과 색감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허구적 동유럽 국가를 배경으로 하며,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와 벨보이 제로가 중심이 되는 추리극이 펼쳐지지만, 관객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는 것은 서사의 긴장감보다는 화면의 완성도다. 대칭 구도, 파스텔 톤 색채,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질서와 반복성은 이 영화를 일종의 '움직이는 회화'로 탈바꿈시킨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단순한 감각적 자극을 넘어, 미술과 건축, 영화 언어의 교차점을 구현해낸 독창적 작품이다. 또한, 유럽식 낭만과 역사, 인간의 존엄과 몰락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이 영화는 '스타일이.. 2025. 6. 30.
<조커> 고독한 인간이 사회를 마주할 때 생기는 균열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Joker, 2019)』는 단순한 빌런의 탄생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아서 플렉’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개인이 사회의 무관심과 억압 속에서 어떻게 파괴적인 존재로 변해가는지를 그린 심리극이자 사회비판극이다. 조커는 악당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산물’이다. 정신질환, 빈곤, 차별, 고립, 구조적 무시 속에서 점차 자신을 잃어가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이면을 조용히 고발한다. ‘웃는 것이 병이 된 사람’이라는 설정은 은유가 아닌 현실이다. 조커가 폭력을 일으킨 순간보다, 아무도 그의 울음을 알아보지 못한 순간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가 인간의 고립과 사회적 방관의 결과를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조커』는 단지 악인의 스토리가 아니라, ‘.. 2025. 6. 30.
<기생충> 한국 사회의 단면을 파고든 계급 서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단순한 서스펜스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빈부격차, 계급, 주거 문제, 노동의 존엄성 등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냉정하고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쓴 이 영화는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를 담고 있어 더욱 강한 울림을 남긴다. 흑백의 악과 선이 아닌, 회색의 현실 속에서 서로 얽히고 설킨 두 가족의 모습은 관객에게 ‘기생’이라는 단어가 말하는 본질적 불편함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어떤 가족도 완전히 옳거나 그르지 않다는 균형 잡힌 시선은 이 영화를 단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확장시킨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정점이자, 현대사회의 정체된 현실을 향한.. 2025. 6. 30.
<인사이드 아웃> 감정은 어떻게 우리를 성장시키는가 픽사의 2015년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훨씬 더 깊고 철학적이다. 영화는 11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들을 의인화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떻게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을 만들어내는지를 흥미롭고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라는 다섯 가지 기본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성장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감정의 협업’이라는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단순히 감정의 종류를 나열하거나 교육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 하나하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부드럽고도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 영화는 아이는 물론.. 2025. 6. 30.
<마션> 절망 속 희망을 과학으로 증명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The Martian, 2015)』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한 인간이 과학과 의지로 생존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SF 생존 드라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우주에서의 생존기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절망 앞에서 희망을 찾아가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우주 임무 중 사고로 인해 동료들과 떨어져 화성에 고립된다. 물도, 식량도, 구조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그는 '포기' 대신 '문제 해결'을 택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과학 지식, 유머 감각, 생존 본능을 총동원해 살아남는다. 영화는 우주의 광막함 속에서도 희망은 인간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며, 과학의 역할을 ‘기술’이 아닌 ‘생존을 위한 도구’로 그린다. 『마션』은.. 2025. 6. 29.